병원으로 출근하는 간병사들은 손이 무겁다. 달그락거리며 끌고 온 캐리어 가방 안에는 이불, 속옷, 반찬, 세면도구와 여벌옷이 들어 있다. 한 달에 적게는 열흘, 많게는 26일을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짐 둘 곳이 마땅치 않다. 올해로 21년 차. 서울대병원 간병사 조경순씨(70·가명)는 그래도 병원이 이제 “친정 같은 곳”이라고 말한다. 서울대병원의 간병사 소개소 ‘희망간병’은 노동조합을 겸하고 있어 사무실을 짐 보관소로 쓰고 있다. 조씨는 사물함 속 상자를 꺼내 ‘희망’이라 적힌 주황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. 상자 주변에는 짐 보따리와 캐리어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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